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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열기 식혀라”…축산농가 가축관리 ‘비상’ 2024-06-17

“초여름인 6월도 이렇게 더운데 올여름을 어떻게 날지 걱정됩니다.” 13일 오후 2시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 있는 한우축사. 농가 김태호씨(48)가 목덜미에 두른 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쳐냈다. 축사 천장엔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소들도 지쳐선지 그늘에 누워 큰 눈만 껌뻑거렸다. 이따금 일어나 물로 목을 축이고 미네랄 제제를 핥을 뿐이었다. 미네랄 제제는 가축에게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 농가가 먹이는 영양제다. 김씨는 “지난겨울 추위에 배수관이 동파되면서 안개 분무기가 고장났다”면서 “수리도 미처 다 못했는데 폭염이 예상보다 일찍 닥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울산지역엔 10일 올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해(6월17일)보다 일주일이나 빨랐다. 이후 이날까지 나흘 연속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린다. 축산농가들이 일찍 찾아온 폭염과 때 이른 씨름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돼지·닭 등 가축은 고온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영양소 소화·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사료를 주는 횟수를 늘리고 사료에 단백질·아미노산·비타민 등을 첨가해야 한다.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축사 내 위생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농가는 경제적·체력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씨는 1983㎡(600평) 규모의 축사 곳곳을 다니며 수십개에 달하는 음수통을 씻고 축사 바닥을 쓸어냈다.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청결을 유지해야 소에게 탈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기온이 높을 때 소한테 먹이를 주면 소화열 때문에 체온이 올라 소가 힘들어한다”면서 “기온이 떨어지는 저녁 어스름에 먹이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날이 더워지면서부터는 오전 5시에 일어나는데 이것저것 일을 하다 보면 오후 9시가 돼서야 농장일을 마친다”면서 “씻고 잠자리에 들면 자정 무렵이 되기 일쑤”라고 밝혔다. 선풍기·에어컨 등 냉방기를 가동하면서 드는 전기요금도 축산농가의 부담 중 하나다. 김씨는 한우 100마리를 사육 중인데 여름철 내는 전기요금은 한달에 100만원가량이다. 충남 예산의 한 양돈농가는 “재작년 폭염 때 두달간 어미돼지(모돈) 16마리가 죽어나간 이후 무창축사 형태인 돈사에 에어컨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돈은 출산 중 체열이 오르는데 폭염이 겹쳐 열병이 났던 것”이라면서 “에어컨을 설치하면서부터 여름철 전기요금이 한달에 670만원이 넘게 나오는데, 올여름은 가뜩이나 덥다고 해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은 폭염 대응 종합기술지원에 들어갔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과 도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과 합동으로 현장기술지원단을 꾸려 8월까지 활동할 계획이다. 조재호 농진청장도 12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육계농장을 찾아 여름철 폭염 대비 상황을 살폈다. 조 청장은 “폭염 시기엔 사육 밀도를 낮추고 충분한 환기로 내부 온도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여름철엔 전기 사용이 늘면서 축사 화재 위험도 커지는 만큼 전기 안전관리에도 각별하게 신경 써달라”고 주문했다. 울주=이연경 기자

기사원문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0614500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