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플랜 소식

HOME > 피그플랜 소식 > 공지사항

[스마트축산이 뜬다] 달걀 생산·수집·선별 무인화…“해외서 배우러 와요” 2024-03-07

올 한해 축산분야에서도 ‘스마트’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4일 내놓은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면 올해 핵심과제 5가지 중 첫번째가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을 통한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다. 축산·온실·노지 등 농업 전 분야에서 하드웨어 중심인 1세대 스마트농업을 인공지능(AI) 기반인 2세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본지는 국내 축산업의 미래가 될 스마트축사를 찾아 축종별·분야별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확산 가능성을 모색해본다. 경기 포천에는 단일 농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산란계농장 가농바이오(대표 유재국)가 있다. 산란계 120만마리를 사육하며 하루 평균 달걀 85만개를 생산한다. 대형마트를 포함해 컬리·맥도날드 등 유명 식품·유통 기업에 전속으로 납품하며 업계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3세대 스마트축사’를 구현한 곳으로 명성이 높다. 달걀 생산부터 선별까지 상품화 과정 대부분을 무인화해 ‘꿈의 시스템을 현실화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5일 찾은 가농바이오는 흡사 첨단 전자제품 제조공장을 방불케 했다. 회색빛 건물 형태인 농장은 완전한 무창계사(창이 없는 계사)로, 사육 중인 산란계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 이따금 흘러나오는 계분 냄새와 사료를 보관하는 사일로가 없었다면 이곳이 산란계농장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다. 유재국 대표는 “이같은 첫인상은 모두 의도된 디자인의 결과물”이라고 단언했다. 유 대표는 “2014년 완공한 현 농장은 엔지니어링 개념을 접목해 세운 3세대 스마트축사”라며 “달걀 수집·선별 과정을 전부 자동화했고, 방역을 철저하게 하기 위해 건물 배치와 구성을 정교하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가농바이오의 달걀 수집·선별 과정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 현재 가농바이오의 계사는 6동이다. 1동당 약 20만마리 산란계를 사육 중인데, 산란계 1마리당 하루 평균 달걀 0.8개를 생산한다. 계사 내 케이지에서 닭이 달걀을 낳으면 곧바로 컨베이어벨트와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통해 지하로 이동하고 선별장으로 간다. 이처럼 달걀 수집이 전면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계사 1동에서 사육하는 산란계 20만마리를 관리하는 데 인력은 2명이면 충분하다. 유 대표는 “전체 계사가 지하통로로 모두 연결돼 있고, 300m에 달하는 컨베이어벨트가 달걀을 선별장으로 옮긴다”며 “지하통로를 활용한 달걀 수집방식은 세계 최초로, 해외에서도 이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별도 마찬가지다. 가농바이오는 네덜란드의 달걀 선별기 제조업체 모바(MOBA)의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해 달걀을 선별하고 있다. 카메라 촬영과 음파 탐지로 파손란을 제거하고,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달걀 속 혈반을 검수하는 등 총 4단계에 걸쳐 달걀을 선별하는데, 사람이 개입하는 부분은 없다. 다만 이는 2세대 스마트축사의 특징일 뿐 3세대 스마트축사의 본질은 아니라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자동화시스템 같은 하드웨어 구축은 국내에도 어느 정도 정착돼 있다”며 “3세대 스마트축사는 자동화시스템에서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닭의 사육과 달걀 생산 과정에 적용하는 소프트웨어 구축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가농바이오는 닭의 음수량·급이량, 실내외 온도, 환기량, 이산화탄소·질소 농도, 닭의 무게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과거 데이터에서 최고 성적을 낸 계군(닭무리)의 데이터를 뽑아내 현 시스템에 적용하고, 계절적 요인도 반영해 최적의 사육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유 대표는 “데이터에 기반해 계사 온습도 등을 모두 원격으로 조정하고 있다”며 “사실상 사람이 하는 일은 고장 난 설비를 정비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가농바이오는 3세대 스마트축사를 넘어 4세대로 넘어가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유 대표가 생각하는 4세대 스마트축사의 핵심은 바로 ‘민원 대응력’이다. 유 대표는 “축산업 미래는 주민 민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특히 축사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4세대 스마트축사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스마트축사 도입을 확대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새로운 스마트축사 구축을 위해 농장 이전을 검토해봤지만 주민 민원과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등 현실적인 제약에 막힌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축 사육제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포천=이민우 기자

기사원문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0306500623